 |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콘크리트 건물에서 자고 일어나, 형광 등 불빛 밝힌 지하철을 타거나 매연 가득한 도로위를 쉬엄쉬엄 달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콘트리트 건물 속으로 들어가서 인위적으로 조절되는 냉난방 장치로 들어오는 공기를 마시며, 하루종일 컴퓨터를 보며 씨름하다가 메뉴는 다르지만 어제도 그제도 비슷한 맛이었던 것 같은 식당 밥을 먹고 다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게 일을하다가 밤늦게 집에돌아와서 텔레비젼속에 나오는 화면들을 주시하다가 잠이드는 생활, 그리고 그런 생활의 무한 반복이 지금 도시에 사는 많은 이들이 생활하는 패턴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보면 참 도시에 산다는 것이 무미건조하고, 답답해 보이기 까지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삶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삶의 형태의 한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조 금 더 시선을 넓게 두고 도심속에서 그리고 도심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본다면 전혀 다른 생활 패턴과 생활 양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찾아나서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저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일본에 있는 노숙인들의 생활 양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도심 속에서 살아가면서, 의식주를 온전히 해결하고, 삶의 여유까지 즐기는 노숙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살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도심속에서 생겨나는 잉여물들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을 하는 것일까?
우 선 주거문에는, 가장 기본적으로는 박스 몇장이면 해결된다. 바닥에 깔고, 바람막이용으로 박스를 얽어 만들면 잠자리가 완성된다. 그리고 좀 더 발전한다면, 공원과 같은 곳에서 폐 건축자재 등을 수집하여, 간단한 구조의 집을 만들 수도 있다. 기존 체제에서 합법이라고 인정해주지는 않지만, 삶의 기본 양식으로서 도심에서도 거대한 구조의 집과, 그 집을 짓고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한 자본의 필요 없이도, 이미 주어진 도심의 잉여물들을 이용하여 한 사람의 주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주거 양식의 하나로서 그 가치가 존중될만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에서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미처 소비하지 못한 식자재, 남는 음식들 이런 것들을 유용하게 활용한다면, 먹는 것에 있어서도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먹고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의복 역시, 유행에 따라 버려지는 옷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공원 화장실 등을 이용하여 청결한 삶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렇게 도심속의 잉여물품들을 이용하여서 삶을 유지시켜 나가는 생활을 저자는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이라고 명명하였다. 이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노숙인들과 정보 관계망을 유지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생활에 뛰어난 노숙인으로부터 삶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하는 모든 길 위에서의 생계활동이, 수렵 채집 생활과 유사하다는 데서 착안한 개념인 것이다.
저 자는 도심속의 다양한 계층적 레이어에 주목하고 있었다. 삶의 다양한 양식,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이에 공존하는 여러 삶의 방식들, 나의 생활패턴과, 나의 시야에 갖혀서 보이지 않는 다른 삶의 양식들이 가지는 가치가 어떤 면에서는 더 뛰어난 삶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과 도한 생산과 과도한 소비, 그러한 소비문화의 정점에 서있는 현대의 도심 문명, 도심 생활이 이제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변화는 이미 도심 속에 스며들어 있다. 많은 이들이 무시하고 그냥 지나쳤던 변화를 저자는 날카롭게 포착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이미 주어진 것들을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내 삶과 주변 환경을 스스로 조직하는 것에 대한 하나의 예시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